안녕하세요, 경자누나입니다.
프랑스 파리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여러 관광명소가 떠오를것 같은데요, 저는 미국 교환학생 시절 룸메이트로 만난 프랑스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말보로레드를 즐겨피던 룸메이트. 10년은 훨씬 더 지난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인턴을 겸한 교환학생프로그램이었기에 당시 직장생활에 대한, 그것도 해외직장생활에 대한 여러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납니다. 그가운데서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그 시절 제 마음을 훔쳐갔던, 외로운 해외생활에 용기를 주었던 영화입니다.
1. 선택배경
해외 생활중 이 영화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주인공 앤디(앤 해서웨이)의 상황에 저절로 몰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인턴자리를 찾아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으나, 적당한 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고, 막상 들어간 자리는 늘 바뀌기 일쑤인, 한마디로 진절머리나지만 누구나원하고, 그러나 버티기 쉽지않은 편집장 비서자리였죠. 그렇게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 적응하지 못한 그녀가 패션에 대한 무지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결국 본인의 선입견에 대한 동료의 팩폭을 통해 현실에 적응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변화를 맞이한 후 그녀의 스마트한 능력과 필요충분조건인 패션에 대한 흡수가 시너지를 발휘해 선배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캔디스토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결국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었고 신념에 따라 움직인 그녀의 선택이 내가 가고자했던 방향을 너무도 롤모델처럼 보여주었기에 마음이 동했던 영화입니다.
2. 영화이야기
주인공 앤디는 저널리스트가 꿈이지만 번번히 자리를 얻는데 실패합니다. 돌고돌아 결국 패션잡지사 런웨이의 비서직에 입사하게 됩니다. 편집장 면접자리에서 본인은 '똑똑하고 일을잘한다'고 어필하며 이 자리를 잘 해낼 수 있음을 어필합니다. 계속 비서가 바뀌는것에 염증을 느끼던 편집장 미란다는 결국 패션은 완전 꽝이고 관심도 없어보이지만 스마트하다는 그녀에게 배팅을 해보기로합니다. 그렇게 일을시작하게된 앤디. 런웨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명품에 하이힐을 신고다니는 사치스러운 모습보며 비판의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패션을 비웃는 태도로 미란다에게 제대로 찍혀 패션에 대한 무지를 콕 집어 탈탈 털려버립니다. (분야별로 전문가의 길이 있고 존중해야했던 것이죠, 절대 잊을 수 없는 코발트블루의 에피소드였습니다) 그 후 미란다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던 찰나, 동료 나이젤의 팩폭(불평이 많으면 나가는게 낫지않아? 그자리 줄섰다)과 도움(패션의 기본을 알려주고 코디를 쭉-맞춰주죠)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대로 변신하여 온몸으로 패션을 받아들이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적응하기 시작한 앤디는 차츰 본인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한 두뇌회전으로 편집장이 같은 패턴으로 요구하던 커피, 샘플신청 등등의 업무를 필요로하기전에 미리 준비하는 능력까지 시전합니다. 하다하다 태풍이 부는 날씨에 헬기를 띄우기 위한 노력까지 하기 시작합니다. 미란다는 '태풍'을 '고작 바람 조금 분다'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하나 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선배를 뛰어넘는 계기가 생깁니다. 자선파티에 참석하는 참석자 명단을 모조리 외워 편집장이 상대방을 몰라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옆에서 보좌하는 역할이 주어졌는데 선배 에밀리가 명단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봉착합니다. 그 찰나의 순간 앤디가 나서 프로필을 전하며 위기를 넘기게된 미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란다에게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결국 고대하고 고대하던, 모든 사람이 가고싶어했던 프랑스 파리의 패션쇼에 참석하는 행운을 얻게 됩니다. 티켓은 하나고 비서는 둘이기에 결국 앤디는 에밀리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앤디가 점차 적응해갈수록 함께해온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 파리에 가는 날이 다가온 순간, 이별하게 되지요.
기쁜마음만은 아니지만 앤디는 파리에서의 럭셔리한 나날을 보내던 중, 런웨이의 사장이 미란다를 몰아내고 재클린에게 편집장 자리를 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알게되고, 앤디는 이 사실을 미란다에게 알려야한다는 마음하나로 미란다에게 달려가지만, 그녀는 바쁘다는 이유로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결국 앤디는 별말을 전하지 못한채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게됩니다. 발표를 듣게된 앤디. 이게 무슨일인가 싶은상황이 옵니다. 새로운브랜드 자리에 재클린을 보내고 본인의 자리를 지킨 미란다. 나이젤은 그대로 미란다의 오른팔로 남게 됩니다. 미란다는 결국 이 상황을 알고 있었고 본인을 몰아낼 경우 따라나설 모델과 디자이너들의 명단을 건네며 사장에게 딜을 합니다. 사장의 양보로 미란다는 계속 런웨이의 편집장자리를 이어가게 됩니다. 그 후 나이젤은 그래도 자리를 해주어야하는것 아니었냐며 미란다에게 따져물었던 앤디, 미란다는 '너도 선배밟고 오지 않았냐며 새삼스럽게 뭘', 이런표정으로 대답합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있다고 느낀 앤디는 결국 남은 일정을 참석하지 않고 연신 울려대던 휴대폰을 던지며 런웨이를 떠나게 됩니다.
앤디는 런웨이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신문사 일자리를 찾아다니던 중, 한 신문사로부터 면접을 보게 됩니다. 잡지사의 이력이 특이했던 편집장은 런웨이에 레퍼런스를 하게되고 미란다가 직접 보낸 서신을 받습니다. '그녀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멍청이'라고 말이죠. 서신 자체가 너무나도 미란다스럽고 회신받은 신문사 편집장도 당황했지만 결국 그녀는 신문사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 후 우연히 길에서 미란다를 만난 앤디. 앤디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미란다는 쓱-웃음을 남기고 떠납니다.
3. Comment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게 대학생때였습니다. 직장생활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영화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는 직장생활에서 슬기롭게 대처하고 역량을 쌓아가는 방법을 재조명하게 만들어줍니다. 내가 마뜩치 않더라도 일단 결정하고 미션이 주어지게되면 온몸으로 받아들여 생태계에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해 스스로 입증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앤디의 모습을 보며 몰입되었지만 지금은 미란다의 입장도, 선배 에밀리의 입장도 이해하게됩니다. 또한 최선을 다했을때 스스로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직장생활에 이제 차츰 적응해 가는 분이시라면, 영화속이라는 판타지를 조금 걷어내고, 내가 선입견을 갖고 있는것은 아닌지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하며 추천을 꾹-남깁니다.